충분조건과 필요조건
이 글에서는 고등학교 수학을 배울 때 가장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난관인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개념
아래와 같은 문장이 있다고 해봅시다.
- A: "민지는 개를 세 마리 키우고 있다."
- B: "민지는 개를 키우고 있다."
이 문장을 A → B 형식인 조건부 명제로 적용하여 ["민지가 개를 세마리 키우고 있다"면 "민지는 개를 키우고 있다"]로 생각해보도록 하지요.
위의 문장은 아래처럼 해석할 수 있습니다.
- "개를 세 마리 키우고 있다"가 참이면 "개를 키운다"는 필연적으로 "참"이 됩니다.
- 바꿔말하면 "개를 키운다"를 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개를 세 마리 키우고 있다"가 "참인것으로 충분"한 것입니다.
여기서 "개를 세 마리 키우고 있다"가 참인 것을 "개를 키운다"가 참이기 위한 충분조건이라고 합니다.
또한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 "개를 세 마리 키우고 있다"를 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개를 키우고 있다"가 "반드시(必) 참"이어야 합니다.
여기서 "개를 키우고 있다"가 참인 것을 "개를 세 마리 키우고 있다"가 참이기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합니다.
위의 개념은 "A가 참이면 B도 필연적으로 참이다"라는 내용인 "함축"에서 출발함을 알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충분조건과 필요조건은 아래처럼 정의될 수 있습니다.
정의
- 명제 P, Q에 대한 조건부 명제인 "P → Q"에서 "P가 Q를 함축"할 때, P를 Q이기 위한 "충분조건 (Sufficient Condition)"이라 하고 Q를 P이기 위한 "필요조건 (Necessary Condition)"이라 합니다.
즉, "P이면 Q이다"로 정의되는 조건부 명제가 P가 참일 때 Q도 필연적으로 참이 되는 관계라면 가정인 P가 충분조건, 결론인 Q가 필요조건이라고 정의하는 것입니다.
충분조건과 필요조건에 대한 문제가 있을 때 "P가 참일 때, Q도 필연적으로 참"이 되는 것과 "가정이 충분, 결론이 필요"인 것을 생각하면 해당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네 개의 명제 P, Q, R, S에 대하여 아래의 조건을 모두 만족할 때, P는 Q이기 위한 무슨 조건인지 구하는 문제를 생각해봅시다.
- P, Q는 각각 R이기 위한 충분조건
- S는 R이기 위한 필요조건
- Q는 S이기 위한 필요조건
위의 조건들은 "가정이 충분, 결론이 필요"임에 따라 아래와 같은 명제로 변형할 수 있습니다.
- "P면 R이다", "Q면 R이다"
- "R이면 S다"
- "S면 Q다"
이 명제들은 다시 "P가 참일 때, Q도 필연적으로 참"임에 따라 아래와 같은 명제로 변형할 수 있습니다.
- "P가 참이면 R도 참이다", "Q가 참이면 R도 참이다"
- "R이 참이면 S도 참이다"
- "S가 참이면 Q도 참이다"
대표적인 연역법 중 하나인 삼단논법을 통해 세 명제 "P가 참이면 R도 참", "R이 참이면 S도 참", "S도 참이면 Q도 참"을 연결하면 "P가 참이면 Q도 참"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이는 가정이 충분, 결론이 필요인 것에 따라 "P는 Q이기 위한 충분조건", "Q는 P이기 위한 필요조건"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문제는 P가 Q이기 위한 무슨 조건이지 구하는 문제이므로 답은 "P는 Q이기 위한 충분조건"이 되겠습니다.
위 정의에 작성된 문장을 살펴보면 개념을 설명할 때 나왔던 결론문장과 조금 다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개념의 결론문장은 "P가 참인 것은 Q가 참이기 위한 충분조건" 및 "Q가 참인 것은 P가 참이기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했고
- 정의는 "P를 Q이기 위한 충분조건", "Q를 P이기 위한 필요조건"이라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참"이라는 단어가 빠졌습니다. 이 단어는 왜 빠졌을까요?
이전에 "함의"를 설명할 때 "함축"은 "거짓"에 관심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충분조건과 필요조건은 "함축"에서 출발한 개념이므로 이 둘 역시 "거짓"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P가 참일 때 필연적으로 Q도 참이되는 관계에서만 사용되는 개념으로 "참"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tautology)"이 되기 때문에 굳이 "참"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이유가 없습니다.
위에서 문제를 살펴보면서 명제들의 변형을 한번하는것과 두번하는것에 의미적으로 차이가 없기도 했지요.
이 글에서만이 아니라 다른 책이나 글에서도 대부분 "참"이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지만 그 속뜻에는 "참"이라는 개념이 있음을 인지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하나 더 의아한 점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함축은 형식논리에서 증명을 완성할 수 없으므로 일반적으로 형식논리에서는 함축을 잘 다루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네. 맞습니다. 충분조건과 필요조건 또한 형식논리에서는 잘 다루지 않으며 이 두 개념을 아예 건너뛴 책들도 많습니다.
함의와 함축을 구분하는 방법에는 몇가지 견해가 있을 수 있지만 저는 이렇게 구분합니다.
- 함축은 의미론적 논리 체계로 참과 거짓으로 분류하기 보다는 "타당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
- 함의는 진리표로 계산이 가능한 형식논리를 기반으로 함
즉, 함축은 의미론적으로 해석하고 함의는 형식논리적으로 해석하는 차이가 있는 것이지요.